2025년 5월 29일
얼마 전,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약 10년간 전성기를 이끌었던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떠나, 같은 케링(Kering) 그룹에 속한 또 다른 패션 하우스 구찌(Gucci)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전 세계 패션계를 뒤흔들었습니다.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와 루이비통(Louis Vuitton) 등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이후 지인들과 함께 베트멍(Vetements)을 창립하며 단숨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자 끈을 과장되게 길게 늘리거나, 의도적으로 불편한 실루엣을 제안하는 등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해체한 그의 도발적인 실험들은 스트리트 패션의 열풍과 맞물려 그를 '포스트-아이러니 시대'의 대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시켰습니다. 발렌시아가에서 그는 하이패션의 문법을 완전히 재정의했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요소—시장 비닐백, 피자 박스, 극도로 부풀린 어깨선—를 런웨이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뎀나는, 패션이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기능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논평’과 ‘관점’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구찌로 향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100년이 넘는 유산을 지닌 구찌는 최근 몇 년간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었고, 뎀나의 입성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에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합니다. 럭셔리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오늘날, 뎀나는 구찌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할지, 전 세계 패션계는 그다음 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